ICC 체포영장에 국회로 도주…필리핀 상원의원 델라 로사의 도피극
국제형사재판소, 필리핀 마약전쟁 핵심 실행자 델라 로사에 체포영장 발부 전직 경찰청장 출신 현직 상원의원, 영장 공개 직후 국회의사당으로 도피 두테르테 전 대통령에 이어 측근까지 ICC 법망에 포착…면책특권 공방 예고
2026년 5월 11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필리핀 현직 상원의원 로널드 '봉봉' 델라 로사에 대한 체포영장을 공개 발부했다. 델라 로사는 영장 발부 직후 차량을 이용해 마닐라 국회의사당으로 긴급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방패 삼아 사실상 도피 상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ICC는 델라 로사에게 반인도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그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필리핀 국가경찰청장을 역임하며 이른바 '마약과의 전쟁'을 실질적으로 지휘한 인물이다. 해당 기간 동안 재판 없이 사살된 마약 용의자는 필리핀 인권단체 집계 기준 최소 6,000명에서 최대 3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생존자 및 목격자 증언에 따르면, 경찰은 피해자들에게 선제 발포한 뒤 현장에 총기를 배치해 정당방위로 위장하는 수법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이후 필리핀 상원 청문회와 국제 인권단체 조사를 통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된 바 있다.
델라 로사는 경찰청장직 수행 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정치적 지원을 받아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ICC는 앞서 두테르테 전 대통령 본인에 대해서도 체포영장을 발부, 올해 3월 그가 헤이그로 이송된 데 이어 핵심 측근에까지 법적 책임을 묻는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필리핀 현행법상 국회 회기 중 의원 체포는 일정 부분 제한되며, 당국이 ICC 영장을 집행할지 여부를 두고 마르코스 현 행정부의 입장이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면책특권의 적용 범위와 ICC 협력 의무 간의 충돌이 새로운 외교·사법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