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집행위, 디지털ID 반대 시민발의는 등록 승인... 이민 모라토리엄 시민발의는 "인종차별적"이라며 거부
EU 집행위, 디지털ID·연령확인 반대 시민발의는 요건 충족으로 등록 승인, 향후 100만 서명 수집 시 검토. 비서구권 이민 모라토리엄을 요구한 '세이브 유럽법' 시민발의는 인종·민족 차별에 해당한다며 등록 거부. 집행위는 등록 단계에서 정책적 타당성이 아닌 법적 요건 충족 여부만 심사한다고 설명.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2일(현지시간) 디지털 신원증명 및 연령확인 관련 시민발의와 이민·난민 관련 시민발의 등 두 건의 유럽시민발의(ECI)에 대한 자격심사를 완료하고 서로 다른 결론을 내렸다.
집행위는 '인터넷을 죽이지 마라: 디지털ID도, 연령확인도 안 된다(Stop Killing The Internet: No Digital ID & No Age Verification)'라는 제목의 시민발의를 등록했다. 발의 주최 측은 "EU 내 온라인 서비스 이용에 사용되는 디지털 신원증명 및 연령확인 시스템이 자발적이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며 비차별적으로 유지되도록 보장하는 입법을 제안할 것"을 집행위에 촉구하고 있다. 이 발의는 유럽시민발의규정상의 형식적 요건을 충족해 집행위는 법적으로 수리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주최 측은 이제 12개월간의 서명 수집 기간을 개시하기까지 6개월의 시간을 갖게 됐다. 집행위는 등록이 향후 발의 내용에 대한 최종 결정이나 집행위가 취할 수 있는 조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히며, 최소 7개 회원국에서 필요한 최소 인원을 채워 EU 시민 100만 명 이상의 유효 서명이 수집돼야만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세이브 유럽법(Save Europe Act)'이라는 제목의 시민발의는 등록이 거부됐다. 이 발의는 "유학 및 가족재결합 비자를 포함한 새로운 비(非)서구권 이민 경로에 대한 임시 모라토리엄을 도입하는 동시에 EU 이민·난민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EU 법령을 제안할 것"을 집행위에 촉구했다. 주최 측은 이런 모라토리엄을 "유럽 원주민"의 "민족적·문화적 연속성"을 "비서구권", "비유럽권" 이주민에 의한 "인구 대체"로부터 지키기 위한 것으로 규정하며 이를 근거로 제안하고자 했다.
집행위는 이 발의가 유럽시민발의규정상의 형식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결론지었다. 시민발의로 등록되려면 조약과 EU 기본권헌장에 명시된 가치에 명백히 반해서는 안 되며, 진정성 있는 제안을 담아야 하고 모욕적이거나 희화화된 메시지의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되며, 조약이 집행위에 부여한 법안 제안 권한의 범위를 벗어나서도 안 된다.
집행위는 해당 모라토리엄이 근거로 삼으려는 기준이 인종과 민족적 출신에 근거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제안된 모라토리엄이 관련 법적 체계상 요구되는 개별 사안별 평가 없이, 대상자의 민족적·문화적·문명적 출신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발의는 EU조약(TEU) 제2조, EU기본권헌장 제21조, 그리고 확립된 판례법에 명시된 EU의 가치에 명백히 반한다고 보고 등록될 수 없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이번 단계에서는 두 발의가 유럽시민발의규정상의 등록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만을 평가했으며, 자격심사 단계에서 시민발의의 정책적 타당성은 분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럽시민발의 제도는 리스본 조약을 통해 시민들의 의제 설정 도구로 도입돼 2012년 4월 공식 출범했다. 정식 등록되면 최소 7개 EU 회원국 출신 시민 100만 명이 집행위가 권한을 가진 분야에서 법안 제안을 요청할 수 있다. 수리 가능 조건은 제안된 조치가 집행위의 법안 제안 권한 범위를 명백히 벗어나지 않을 것, 명백히 남용적이거나 경솔하거나 악의적이지 않을 것, EU조약 제2조와 EU기본권헌장에 명시된 EU의 가치에 명백히 반하지 않을 것 등 세 가지다. 제도 출범 이후 집행위는 지금까지 총 135건의 시민발의를 등록했다.